[건강100대 궁금증] 신경인성 방광 팩트체크
배뇨 질환 치료에 쓰이는 자가 도뇨용 소변줄(도뇨관)은 한번 쓰면 버려야 하는 일회용 소모품이다. 재사용이 금지돼 있다. 감염의 원인이 돼 방광과 콩팥을 망가뜨린다. 하지만 소변줄을 알코올 통에 보관하며 재사용하는 환자가 적지 않다. 척수 손상 등으로 소변 보는 게 힘들어 집에서만 주로 생활하는 신경인성 방광 환자들이다.
건국대병원 비뇨의학과 김아람(신경인성방광클리닉) 교수는 "신경인성 방광 환자는 도뇨관에 건강보험이 적용돼 한 달에 1~2만원만 내면 된다. 하지만 온라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접한 잘못된 정보에 의존하고, 적절한 치료를 못 받는 환자가 많다"며 "일회용 도뇨관을 비롯해 경제적으로 큰 부담 없이 질환을 관리하고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치료법들이 많다"고 말했다.
김아람 교수는 신경인성방광클리닉에서 전국 각지의 환자를 만난다. 질환에 관한 정확한 정보와 치료법에 목마른 환자가 많다고 한다. 클리닉을 연 지 올해 만 3주년이 됐다. 김 교수가 그간 만난 환자 사례를 통해 신경인성 방광에 관한 잘못된 정보와 다양한 치료법을 정리해봤다.
☞신경인성 방광=척수 손상과 치매, 파킨슨과 같은 원인으로 방광에 문제가 생겨 정상적인 배뇨가 불가한 질환. 희귀 질환이 아님에도 질환을 잘 알지 못하고 정확한 진단을 받기까지 방랑하는 환자가 대다수다.
자가 도뇨는 요로감염을 예방해 방광·콩팥 기능을 보전하기 위한 처치다. 하루에 4회 정도, 일회용 도뇨관을 요도에 넣어 잔뇨를 비운다. 비뇨기 질환에 사용하는 도뇨관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하지만 대한척수학회 조사에 따르면 환자 4명 중 1명은 일회용 도뇨관을 재사용한다. 도뇨관 재사용은 합병증 위험을 키우는 잘못된 사용법이다. 요로 감염을 반복적으로 일으켜 콩팥이 망가지는 주요 원인이다. 재발성 요로 감염으로 인한 항생제 오남용 문제도 부른다.
신경인성 방광 같은 만성 방광염 환자는 항생제를 임의로 먹는 경우가 많다. 병원을 돌아다니며 항생제를 미리 처방받고 증상이 있으면 복용하는 식이다. 당장은 불편함이 나아져 치료가 된 것 같으나 반복되면 항생제 내성으로 이어진다. 항생제에 내성이 생기면 더는 처방할 약이 없다. 입원 치료를 받으며 더 강한 약을 써야 한다. 이유 없이 방광염 증상이 반복되면 항생제에만 의존하지 말고 정확한 진단을 받아봐야 한다.
신경인성 방광이어도 제때 자가 도뇨하며 물을 2리터 이상 충분히 마시고 관리하면 일상이 수월하다. 환자의 삶의 만족도가 확 높아진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치료법들도 다양하다. 예컨대 밤에는 적절한 약물치료로 자가 도뇨 없이 푹 잘 수 있다. 방광의 미세 수축을 억제하는 항콜린제, 방광의 안정을 유도하는 베타3항진제로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 약물치료에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심하면 방광 내 보톡스 주입술을 고려해볼 수 있다. 보톡스 시술은 6~8개월 약물 복용 없이 효과가 지속한다. 이 역시 건강 보험이 적용되는 표준 치료다. 요실금 완화에 효과적인 치료는 '인공요도 괄약근 삽입술'이다. 약해진 요도를 조여 소변이 흐르지 않게 해준다. 과거에는 암환자에게만 건강보험이 적용됐으나 지금은 신경인성 방광 환자에게도 적용된다. 환자들이 정보를 몰라서 혜택을 못 받는 대표적인 치료다.
김아람 교수는 신경인성 방광 클리닉에서 환자 한 명당 30분 정도, 하루에 최대 10명을 본다고 한다. 격주 수요일 오후에 환자를 만난다. 클리닉 문을 연 첫해엔 환자가 드물었지만 지금은 내년 2월까지 예약이 꽉 찼다고 한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
질의 :30분 진료가 왜 필요한가.응답 :“처음 오는 환자에게는 신경인성 방광의 원인이 된 사고 얘기부터 풀어나간다. 또 질환·치료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알린다. 환자 스스로 치료 의지가 강한지, 가족의 도움은 받을 수 있는지도 보면서 환자에게 맞는 치료 계획을 세운다. 표준 치료법이 있지만 환자마다 접근법이 다르다. 물 마시는 시간과 양까지 조절한다. ‘항생제 처방 안 하는데 치료 잘 따라올 수 있느냐’고 다시 한번 묻고 당부한다. 재진 환자에게는 물 2L 이상 많이 마셔라, 자가도뇨 잘했느냐 등 잔소리 하다 보면 시간이 모자라다. 배뇨일지를 보면 이 환자가 치료를 잘 따라오고 있는지 대번에 안다.”
질의 :치료 받으면 사회생활이 가능한가. 응답 :“물론이다. 젊을 때 사고로 척수 손상이 와 배뇨 문제가 생긴 환자가 많다. 경제 활동이 가능한 연령대다. 휠체어를 타고 다녀도 적극적으로 치료받으면 사회로 복귀할 수 있다. 치료받으면서 그림 그리는 일을 다시 시작해 새해 달력을 만들어 진료실에 가지고 왔던 환자도 있다. 그래서 일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젊은 환자에게는 좀 더 엄한 편이다. 치료 잘 안 따라오면 '지금 뭐 하느냐, 돈 벌어라, 부모님 생각하라'고 강하게 말한다.”
질의 :온라인·SNS에서 올바른 정보를 접할 곳이 있나.응답 :“출처를 먼저 확인하면 된다. 건국대병원을 비롯해 여러 대학병원·학회 등에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채널을 만든다. 환자의 실제 치료 경험을 간접적으로 볼 수 있는 유튜브 채널 '위라클'(WE+Miracle)도 추천한다. 사고로 전신 마비 판정을 받았으나 삶에서 희망을 선택하고, 세상과 맞짱 뜨는 유튜버 얘기다. 척수 신경이 손상돼 일상에 불편함을 겪는 환자들을 위해 보톡스 주입술 치료 과정을 함께 촬영하기도 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건강100대 궁금증] 신경인성 방광 팩트체크
배뇨 질환 치료에 쓰이는 자가 도뇨용 소변줄(도뇨관)은 한번 쓰면 버려야 하는 일회용 소모품이다. 재사용이 금지돼 있다. 감염의 원인이 돼 방광과 콩팥을 망가뜨린다. 하지만 소변줄을 알코올 통에 보관하며 재사용하는 환자가 적지 않다. 척수 손상 등으로 소변 보는 게 힘들어 집에서만 주로 생활하는 신경인성 방광 환자들이다.
건국대병원 비뇨의학과 김아람(신경인성방광클리닉) 교수는 "신경인성 방광 환자는 도뇨관에 건강보험이 적용돼 한 달에 1~2만원만 내면 된다. 하지만 온라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접한 잘못된 정보에 의존하고, 적절한 치료를 못 받는 환자가 많다"며 "일회용 도뇨관을 비롯해 경제적으로 큰 부담 없이 질환을 관리하고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치료법들이 많다"고 말했다.
김아람 교수는 신경인성방광클리닉에서 전국 각지의 환자를 만난다. 질환에 관한 정확한 정보와 치료법에 목마른 환자가 많다고 한다. 클리닉을 연 지 올해 만 3주년이 됐다. 김 교수가 그간 만난 환자 사례를 통해 신경인성 방광에 관한 잘못된 정보와 다양한 치료법을 정리해봤다.
☞신경인성 방광=척수 손상과 치매, 파킨슨과 같은 원인으로 방광에 문제가 생겨 정상적인 배뇨가 불가한 질환. 희귀 질환이 아님에도 질환을 잘 알지 못하고 정확한 진단을 받기까지 방랑하는 환자가 대다수다.
자가 도뇨는 요로감염을 예방해 방광·콩팥 기능을 보전하기 위한 처치다. 하루에 4회 정도, 일회용 도뇨관을 요도에 넣어 잔뇨를 비운다. 비뇨기 질환에 사용하는 도뇨관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하지만 대한척수학회 조사에 따르면 환자 4명 중 1명은 일회용 도뇨관을 재사용한다. 도뇨관 재사용은 합병증 위험을 키우는 잘못된 사용법이다. 요로 감염을 반복적으로 일으켜 콩팥이 망가지는 주요 원인이다. 재발성 요로 감염으로 인한 항생제 오남용 문제도 부른다.
신경인성 방광 같은 만성 방광염 환자는 항생제를 임의로 먹는 경우가 많다. 병원을 돌아다니며 항생제를 미리 처방받고 증상이 있으면 복용하는 식이다. 당장은 불편함이 나아져 치료가 된 것 같으나 반복되면 항생제 내성으로 이어진다. 항생제에 내성이 생기면 더는 처방할 약이 없다. 입원 치료를 받으며 더 강한 약을 써야 한다. 이유 없이 방광염 증상이 반복되면 항생제에만 의존하지 말고 정확한 진단을 받아봐야 한다.
신경인성 방광이어도 제때 자가 도뇨하며 물을 2리터 이상 충분히 마시고 관리하면 일상이 수월하다. 환자의 삶의 만족도가 확 높아진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치료법들도 다양하다. 예컨대 밤에는 적절한 약물치료로 자가 도뇨 없이 푹 잘 수 있다. 방광의 미세 수축을 억제하는 항콜린제, 방광의 안정을 유도하는 베타3항진제로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 약물치료에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심하면 방광 내 보톡스 주입술을 고려해볼 수 있다. 보톡스 시술은 6~8개월 약물 복용 없이 효과가 지속한다. 이 역시 건강 보험이 적용되는 표준 치료다. 요실금 완화에 효과적인 치료는 '인공요도 괄약근 삽입술'이다. 약해진 요도를 조여 소변이 흐르지 않게 해준다. 과거에는 암환자에게만 건강보험이 적용됐으나 지금은 신경인성 방광 환자에게도 적용된다. 환자들이 정보를 몰라서 혜택을 못 받는 대표적인 치료다.
김아람 교수는 신경인성 방광 클리닉에서 환자 한 명당 30분 정도, 하루에 최대 10명을 본다고 한다. 격주 수요일 오후에 환자를 만난다. 클리닉 문을 연 첫해엔 환자가 드물었지만 지금은 내년 2월까지 예약이 꽉 찼다고 한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